안녕하세요. 레몬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해외 생활 4년 차, 그동안은 남편이 모든 공과금과 집안의 행정 업무를 도맡아 주었기에 타슈켄트 생활이 크게 불편한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귀국하고, 저 홀로 아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남아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하게 되면서 요즘 하루하루 뼈저린 생존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외에서 보호막(남편의 관리)이 사라졌을 때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우즈벡의 냉혹하고 당혹스러운 현실 팩트를 공유해 봅니다.
1. 예고 없이 칼같이 차단되는 우즈벡 전기 (feat. 냉장고 사태) 우즈베키스탄의 전기, 수도, 가스는 모두 철저한 '선불제(Pre-paid)' 시스템입니다. 한국처럼 한 달 쓰고 고지서가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충전해 둔 잔액이 0원이 되는 순간 얄짤없이 끊겨버립니다. 현지 사람들은 잔액 부족 알람을 따로 받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한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19일에 타슈켄트 집을 비웠고, 26일에 지인이 저희 집에 잠시 들렀는데 "화장실 불이 안 켜진다"며 다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 번도 직접 해본 적 없는 'Click(클릭) 앱'에 들어가 남편이 알려준 대로 확인해 보니, 세상에... 전기 요금이 마이너스로 찍혀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충전은 했지만, 머릿속엔 온통 냉장고!!! 생각뿐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전기가 나갔던 건지, 냉동실 음식들은 다 녹았을 텐데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남편이 있을 땐 알아서 잔고를 채워줬기에 몰랐던 그 당연함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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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주인의 독촉 전화와 후덜덜한 달러 환율의 압박 타슈켄트 렌트비는 보통 달러($) 베이스로 매달 내는데, 저희는 3개월 치를 한 번에 지불했었습니다. 항상 남편이 알아서 냈었는데, 남편이 한국으로 가기 며칠 전 난생처음으로 집주인에게 "혹시 월세 내는 날 지난 거 잊었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타슈켄트 살면서 단 한 번도 월세를 밀린 적이 없었는데 너무 미안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집주인이 나쁜 분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간다고 하니, 흔쾌히 남은 기간의 월세를 반값으로 깎아주셨거든요. 우즈벡에서는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배려를 받았기에 늦게 낸 것이 더욱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월세를 깎아주셨다 해도, 이제는 회사 지원 없이 오롯이 제 사비로 4개월 치 월세를 '달러'로 내야 합니다. 요즘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서, 몸이 조금 고되더라도 차라리 더 싼 집으로 이사를 할 걸 그랬나 하는 현실적인 후회도 밀려옵니다.
3. 처음 해본 은행 환전: 우즈벡식 '기다림의 늪' 월세는 달러로 내지만, 당장의 생활비를 쓰려면 달러를 우즈벡 통화인 '숨(Som)'으로 환전해서 카드에 넣어야 합니다. 남편과 있을 땐 한 번도 직접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으로 혼자 은행에 갔습니다.
여기서부터 멘붕의 연속이었습니다. 달러를 숨으로 환전하는 창구와, 환전한 돈을 제 카드에 입금(충전) 해 주는 창구가 달랐습니다. 일단 환전을 무사히 마치고 입금 창구로 가서 카드와 여권, 현금을 올려놓고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직원이 돈을 가져갈 생각을 안 하길래 '아, 우즈벡은 원래 일 처리가 느리니까' 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중간에 서류에 사인하라고 해서 사인까지 했는데도 계속 그대로 방치되어 있길래, 참다못해 "입금 안 해주냐?"라고 물었죠.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입금은 아까 그 환전했던 창구로 다시 가서 하셔야 해요." 예전에 어떤 분이 남편 귀국 후 핸드폰 요금 충전할 줄 몰라서 전화가 끊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몇 년을 살았는데?'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제가 딱 그 꼴이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온실 속 화초처럼 편하게 살았는지, 새삼 남편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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